바람꽃

 

이윤숙

 

신을 사랑한 바람이 있었다

매일 신들린 형상을 그리며

신을 향한 마음

부풀대로 부풀던 어느 날

 

신은 바람에게 소중한 선물을 주었다

 

신을 닮은 바람 같은 꽃을

돌틈 사이 살포시 내려놓고

살랑대는 바람타고 흩어져 버렸다

 

기나긴 추운 겨울을 뚫고 숲의 그늘진 곳에서 봄을 알리는 바람꽃은 연약한 줄기가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하늘거리는 모습을 보고 얻은 이름이다.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며 그리스 말로 아네모네라고 하며 곧 바람을 뜻한다. 그래서 꽃말은 덧없는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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