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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천일이나 됐어?”따뜻한 이불 속에서 한가로이 스마트폰을 뒤적이던 토요일 오후, ‘세월호 1000일’이란 검색어 1위를 보자마자 득달같이 화장실로 향했다. 허겁지겁 머리를 감는 내 모습이 한심했다. 바보, 세월호 사건이 곧 1000일이 되는 줄도 몰랐다니. “날도 어두워지는데, 어디가?”라고 묻는 룸메이트에게 “응, 촛불집회. 곧 세월호 천일이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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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설이 시민기자
2017.01.13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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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국회의원은 머나먼 거리의 사람이었다. 얼굴은 주로 TV뉴스에서 혹은 4년마다 한 번씩 총선투표를 앞두고 있을 때 유세장에서 보는 게 다였다. 그들이 어떤 법안을 발의하는지, 지역구를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등은 직접 찾아보지 않고선 알기 어려웠다. 그것마저도 일방적인 보도자료 등에 의한 것이었다. 딱딱했고 심각했으며, 자기 밥그릇 챙기기 바쁜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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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설이 시민기자
2016.12.3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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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됐던 2012년 대선 당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던 개그 코너가 있었다. 한번쯤은 들어봤을 tvN 의 ‘여의도 텔레토비’다. 당시 박근혜 후보(또), 문재인 후보(문제니) 등 주요 대선후보들의 면면을 재치있게 패러디했다. 그러나 당사자는 불쾌했나보다. 박 대통령 당선 후 청와대는 tvN의 소유사인 CJ에 전화를 걸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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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설이 시민기자
2016.12.16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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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껏 꾸미고 어떤 모임에 나간 적이 있다. 어느 한 사람이 내게 “옷이랑 화장이 정말 잘 어울리는 데요! 미스 한, 오늘 어디 가요?”라고 했다. 왠지 모르게 불쾌했다. ‘미스 한’이라는 말에서 의도 여부와는 상관없이 조롱당하는 기분이었다. 좁아진 미간을 눈치 챘던지 그는 바로 “놀리려던 건 아니었다”며 연신 사과했다. 얼굴을 붉히기엔 사소한 문제인 것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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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설이 시민기자
2016.12.05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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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로 국정이 어지럽다. 양파는 껍질은 까도까도 끝이 없다지만 작아지기라도 하는데, 박근혜 대통령을 둘러싼 온갖 비리와 의혹은 까여질수록 더 커진다. 수많은 이슈와 집회, 시국선언 등을 찾아다니기가 벅차다. 분노한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정부는 민심을 수용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여기서 ‘민심’이라 함은 ‘박근혜는 하야하라’다.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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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설이 시민기자
2016.11.17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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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라스푸틴' 최순실과 ‘바지 대통령’이라 조롱받는 박근혜 대통령. 그리고 그 옆에서 돈과 명예욕에 눈이 멀어 국민을 등쳐먹는 관료들. 대국민 사기극, 일명 ‘최순실 게이트’에 분노한 민심은 지난 토요일(10월 28일) 청계광장으로 쏟아져 나왔다. 그동안 봤던 여러 집회들과 비교하면 단연 역대급이었다. 촛불은 청계천의 물줄기를 따라 끝도 없이 넘실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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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설이 시민기자
2016.11.03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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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을 봤다. 독립언론 뉴스타파가 지난 3년 여 간 끈질기게 추적한 국정원 간첩조작 사건의 전말을 담은 블랙 코미디물이다. 장르는 다큐멘터리지만 지루하지 않다. 몰입하다보면 냉소와 한숨이 섞인 웃음이 쉼 없이 나오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핵심 장면, 이른바 ‘킬링 포인트’는 세 장면이다. 첫 번째는 국정원이 조작한 자료를 잠시 살펴 본 뒤, 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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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설이
2016.10.20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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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지’.요즘 많이 드는 생각이다. 입사 지원을 할 때 학점과 토익점수가 기본이 되었고, 동시에 1분 자기소개서 영상까지 제출해야 하는 현실에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불만을 제기한다고 해서 기업이 수용할리는 만무하다. 오히려 입사 거부 대상 블랙리스트에 오를지도 모른다. ‘하찮은 지원자 주제에’ 라는 생각으로 꾸역꾸역 영상을 찍고 점수를 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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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설이
2016.10.07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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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재난 주관 방송사라는 사실은 매 여름철에 가장 깊이 각인된다. 태풍·홍수와 같은 자연재해로 피해 입은 모습을 내보내며, 자사가 재난 대처방안이나 안전 수칙 등 관련 보도에 최전선에 서 있음을 알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세월호 사고를 떠올린다면 그리 믿음직스럽진 않다. 확인되지 않은 보도들로 혼란을 가중시켰고, 최근엔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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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설이
2016.09.22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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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이용자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는 일종의 게임이 있다. ‘#좋아요_당_나에_대한_무쓸모한_정보_한개’다. 글자 그대로 ‘좋아요’를 받는 수만큼 댓글로 자신에 대한 쓸모없는 정보들을 적어내려 가는 방식이다. 처음엔 페이스북 친구들 사이에서 이 해쉬태그(#)가 퍼지는 것을 보고 갸웃했다. ‘도대체 이걸 왜 하는 거지’란 생각이 앞섰다. 굳이 나를 알려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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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설이
2016.09.08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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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설리가 자신의 SNS에 브래지어를 하지 않은, 즉 ‘노브라’를 짐작케 하는 사진을 올려 벌어진 ‘설리 노브라’ 논쟁이 현재진행형이다. 주로 ‘민망하고 선정적이다’라는 의견과 ‘개인의 자유’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선다. 최근 한국일보의 ‘노브라로 명동 걷기’ 실험에 대한 기사는 폭발적인 조회 수로 논란에 불을 붙였다. 그 중 호응을 많이 받았던 댓글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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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설이
2016.08.24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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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지 마요. 누가 나 좋아한다고 생각하면 약해져요. 여기서 약해지면 진짜 끝장이에요.’ JTBC에서 방영중인 드라마 에서 주인공 5인방 중 윤진명(한예리 분) 캐릭터는 유난히 마음 아프다. 생활비와 학비를 감당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만 세 가지 넘게 하면서 밥 먹는 시간을 쪼개 공부한다. 연애도 사치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사람을 억지로 밀어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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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설이
2016.08.11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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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30분짜리 동영상 하나. 독립언론 뉴스타파의 ‘삼성 이건희 회장 성매매 의혹’ 보도였다. 영상에는 이건희 회장이 성매매를 한 여성들에게 돈을 건네는 장면, 말을 하는 장면 등이 담겨 있었다. 다소 불편하고 자극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볼 수밖에 없었다. ‘삼성공화국’이라 불리는 우리나라의 핵심적인 인물의 스캔들이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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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설이
2016.07.28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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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처럼 프랑스에도 대학축제가 있다. 내가 공부했던 프랑스 껑대학의 축제는 조금 특별했다. 유럽 최대의 대학 코스프레 축제였다. 학생들은 이 날만을 기다린 듯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각양각색 코스프레를 하고 나타났다. 드넓은 잔디밭에 만화캐릭터부터 정말 기괴한 분장까지 다양했다. 그동안 억눌렸던 욕구가 무한대로 터져 나왔다. 길거리 음주가 금지된 프랑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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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설이
2016.07.14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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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연예인은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행동이나 발언에 제약이 많다. ‘연예인은 공인(公人)’이라는 명제 때문이다. 사소한 발언 하나에도 거친 비난이 쏟아지기 십상이다. 공인으로서의 ‘올바른 영향’을 위해 모두가 훈장님이 된다. 하지만 연예인의 영향력은 그들이 만든 것일까 아니면 그들을 바라보는 대중이 만든 것일까. 대중은 콘텐츠에 비용을 지불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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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설이
2016.07.10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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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서 ‘여대생이 어때서’라는 기사가 화제였다. 서울지역 5개 여대생들을 모아놓고 ‘여대’를 주제로 대담을 나눈 기사였다. ‘여대생은 개인적이다?’, ‘여대생은 소극적이다?’ 등의 여러 질문이 던져졌다. 하지만 답변에선 공통점을 도출됐다. “여대출신이란 편견 따윈 개나 주라지”. 격한 공감과 함께 그동안 겪어왔던 여대에 대한 편견에 분노가 채 가시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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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설이
2016.06.16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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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살인사건, 부산 둔기 폭행사건, 수락산 살인사건. 최근 벌어진 세 가지 강력범죄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묻지마 범죄’를 먼저 떠올린다면 유행에 뒤떨어졌다. 새로운 답지엔 이렇게 적어야 한다. ‘여성혐오 범죄’. 이유는 간단하다. 폭행의 대상이 일면식도 없는 여성이기 때문이다. KBS와 TV조선 뉴스 등은 유행에 뒤처지고 있다. ‘묻지마 여성 대상 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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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설이
2016.06.0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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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가 예쁜 푸들을 너무 갖고 싶어 하네요. 같은 놈으로 구해주실 수 있나요? 이왕이면 암놈이거나 그쪽 강아지였으면 좋겠어요. 돈은 얼마든지 드릴게요” 갈색 푸들을 키우는 한 애견인은 어이없는 메시지를 받았다.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은 고사하고 아이를 위한 장난감 정도로 여기는 내용이다. 게다가 타인의 강아지까지 돈으로 탐한다. 인간에게 반려동물은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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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설이
2016.05.18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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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이 흘렀지만 그들은 여전히 소녀였다. 포대에 싸인 어린 아이가 생경하게 느껴질 정도로 그들은 ‘오빠’를 열렬히 외쳤다. 지난 2000년 팬들의 슬픈 눈물 속에 사라진 ‘젝스키스’는 MBC 에서 기쁨의 눈물과 함께 부활했다. 이제는 늙어버린 가수와 나이든 팬의 감격적인 해후는 단 한번이라도 누군가의 열렬한 팬이었을 많은 사람의 가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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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설이
2016.05.05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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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2주기를 맞아 광화문 광장에 있는 세월호 농성장을 찾았다. ‘미안하다’라는 글귀를 적은 노란리본을 매달았다. 아직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의 영정에 헌화했다. 내게 국화를 건넨 사람은 세월호의 마지막 생존자 박준혁 군이었다. 추모식을 기다리며 근처를 배회할 때, 누군가 지나가며 한마디 던졌다. “단원고 애들 대학 특례입학 시켜주고 보상금 수 억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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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설이
2016.04.27 1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