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선(팔마중, ‘역주행’동아리 회장)

 

지난 5·18행사 때 통일열차 행사를 기획해 보지 않겠냐고 제의를 받고, 제가 회장을 맡고 있는 역사 동아리 '역주행'의 7명의 동아리 친구들과 기획단으로 참여했습니다.


첫 기획회의 때는 다들 서로 데면데면 했지만 회의가 계속될수록 서로 이름도 외우고 토론해가면서 친해지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저는 여러 가지 사정 때문에 모든 회의에 참여하진 못했는데, 그것 때문에 다른 분들께 죄송한 마음이 남아있습니다. 


제 마음 속 통일열차 기획단 분들의 첫인상은 자신의 통일이라는 꿈을 향해 달려 나가시는 게 무척 멋있었고 또 그 꿈을 이루시기 위해 정기적으로 행사를 기획하고 회의를 조직했다는 게 중학생 동아리인 저희로서는 굉장히 대단해 보이셨습니다. 


저희는 행사 당일 몇 달 전부터 기획단을 기획팀, 준비팀, 교육팀 등 몇 개의 팀으로 나누어서 회의를 이어 왔는데요, 이렇게 열심히 준비한 행사였는데 저는 하마터면 행사 당일 날 참가를 못 할 뻔 했습니다. 8월 13일에 폐암을 앓고 계시던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기 때문입니다. 저는 상 중에 가족 분들께서 행사에 참여하는 것을 말리실까봐 걱정이 되었으나 가족 분들은 흔쾌히, 게다가 중요한 행사를 맡았다고 하시면서 오히려 저를 응원해 주셨습니다. 

 

 

새삼 다시 한 번 통일이 이렇게 중요한 일인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행사 전날 11시에 집에 도착하게 되어 다행히 당일 날 무사히 참여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참가자 분들이 생각보다 일찍 수월하게 모여 주셔서 출정식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또 저는 올라가는 길에 8호차에서 프로그램 사회를 맡게 되었는데, 참가자 분들께서 진행에 잘 따라 주시고 활발히 참여를 해 주셔서 더욱 신나게 진행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도라산역에 도착해서는 시 낭송도 듣고 ‘백두산’이라는 노래에 맞춰 다 같이 춤을 추는 플래시몹 등 많은 활동을 했었는데  생각보다 길어져 예정보다 참가자 분들께 밖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간을 많이 못 드려서 죄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 다음은 광화문 광장으로 가서 광복절 기념 평화 손잡기 대회를 할 예정이었으나 그 대회가 취소되어서 다른 행렬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스태프들은 이 사실을 전달받지 못하였고, 이에 따라 대부분의 참가자들도 역시 대회가 취소되었는지 모르고 계셨습니다. 또 광화문 광장에는 폭력적인 말씀을 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셨습니다. 저희 참가자 분들은 가족 단위의 자녀를 동반하신 분들이 많이 계셨는데, 스태프들끼리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졌다면 어린 자녀분들을 이런 폭력에 노출되지 않게 조치를 취할 수 있었을 텐데... 이 점은 아직도 가장 아쉽습니다. 그래도 저는 통일 관련 시위 행사에서 아리랑을 부르며 통일을 외칠 때 가슴과 피가 뜨겁게 끓는 것을 느꼈습니다. 저는 그곳에서 나중에 꼭 다시 참여할 것이라고 결의를 다졌습니다. 


행사가 끝나고 하행 열차를 타기 위해 용산역에 도착한 저에게 500명 정도의 참가자 분들 앞에서 소감 발표를 할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아직도 그 생각을 하면 기분이 좋기도 하고 한편으로 하고 싶었던 말을 다 하지 못했던 아쉬움도 남습니다. 또 동아리 친구들과 다 같이 ‘백두산’ 에 맞춰 춤을 춘 것도 정말 즐겁고 짜릿한 경험이었습니다. 역사 동아리로서 참가자들에게 무언가 보여드렸다는 게 자랑스럽습니다. 그리고 행사가 끝난 후 이루어졌던 평가회는 기획단 분들의 칭찬과 날카로운 비판들을 들으며 행사의 거의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만 생각했던 저에게 새로운 관점을 안겨주었습니다.


행사가 끝난 후 저의 전체적인 소감은 제가 맡은 역할과 한 일에 비해서 과분하게도 다들 칭찬을 많이 해 주셔서 단지 ‘역주행’ 회장이라는 이유만으로 제가 더 나은 한 사람이 된 기분이어서 자신감을 많이 찾았습니다. 그리고 저와 ‘역주행’ 동아리 친구들에게 평생 어디서도 쉽게 하지 못할 값지고 소중한, 둘도 없을 경험을 하게 해 준 평화통일열차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습니다. 다음에 또 이런 기회가 있고, 여건이 된다면 흔쾌히 참여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박현선(팔마중, ‘역주행’동아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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