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식 조합원

<편집자 주 : 200호부터 암환자 보호 관찰기를 연재한다.> 

 

암이라는 소리에 어떤 마음으로 근무를 하고 있는지 모르는데 밤 10:00경 전화가 왔다.

"화순전대병원에서 예약이 내일(4월 4일) 09:00로 예약이 잡혔는데 어떡할까?"

나는 "당장 가야지"라고 즉답했다.

 

다음날 사무실에서 서둘러 조퇴를 하고 애엄마와 함께 검진을 갈 준비를 한다. 아이들이 의아해 하는 눈치다. 평소 무슨 일이 있을 경우 최소한 2~3일전에 알려줬는데 이번에는 바로 들이닥친 것이니,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엄마랑 광주에 일이 있어서 일찍 온 거야. 학교 잘 다녀와."

아직까지는 확정도 되지 않았는데 아이들에게 미리 걱정을 끼칠 필요는 없지만, 내 머릿속에는 같이 살고 있는 여자(애엄마)가 중요한가? 미래인 아이들이 정신건강이 중요한가? 둘이 상충되고 있다. 그렇지만 우선은 애엄마가 먼저다.

 

순천에서 화순까지는 겨우 80km, 평소 같으면 천천히 가도 한시간이면 된다는 식이었지만, 이번에는 왜이리 앞차들이 걸리적 거리는지? 아마도 내 마음이 바빠서 일거다. 짜증이 짜증을 부른다고 간신히 도착한 병원 주차장은 벌써 만차, 이리저리 둘러보다 간신히 지하주차장에 비어 있는 곳을 찾아 주차한다. 아마도 삐뚤하게 주차한 듯하다.

 

누구라도 처음에 도착하면 당황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분명 안내문에는 이리저리 가라고 했는데도 불구하고 접수대에서부터 헤매고 있다. 병원도우미가 보더니 안내를 해준다.

 

먼저 가지고 온 CD영상판독실 제출, 원무과 접수하고 대장항문과로 올라간다. 말이 쉽지. 얼마나 덤벙대고 서성이고 기다리고 물어봤는지, 시간이 흐른 지금에야 웃어 넘길 수 있다.

 

병원에서 할 일은 무조건 기다림의 연속이다. 여기를 둘러봐도 저기를 둘러봐도 모두 환자다. 누구라도 자신의 기족이 가장 위급하고 가장 빨리 치료를 해야하는 입장인거다. 그러다 보니 모두에게 동질감이 생기는가 보다. 그 누구도 왜 이리 대기시간이 기냐고 물어보는 사람도 없이 그저 간호사가 호출하기만을 기다리고 있고, 호출하면 반가운 마움으로 대기석으로 간다.

 

얼마를 기다렸을까? 드디어 우리 차례, 원장실을 열고 들어간다. 키는 크지만 빼빼마른 원장이지만 그런대로 믿음이 가는 얼굴이다. 애엄마의 얼굴을 보니 석고처럼 굳어 있고, 몸도 굳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담당하는 원장과 애엄마의 얼굴이 대조적이다.

 

"CT영상, 소견으로 직장암이 확실하다. 그래도 정확한 검사가 필요하다. 간호사의 말에 따라 검사 준비를 하시라."

 

원장의 말은 아주 간명했다. 내가 느끼기에 직장암 확진이다. 등골이 오싹해지기 시작한다. 바라보고 있는 내가 이럴진대 당사자인 애엄마는? 보나마나 뻔하지만 그래도 쳐다보니 아예 콘크리트벽처럼 굳어 버려있다. 멍한 애엄마 손을 잡고 밖으로 나오는데 내 눈도 깜깜해진다. 이게 현실인가 보다.

 

우선 나부터 정신을 차려야 했다. 현실을 받아들이고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나는 여기에서 ‘어릿광대’가 되기로 했다. 내 불안한 마음은 뒤로 감추고, 아니 아예 마음속에서조차 없애버리자고, 그저 애엄마의 보호자로서 역할만하자고 다짐한다.

 

"괜찮아", "별 일 없을 거야", "오진 가능성도 있잖아", "일단 진료부터 받아보자고."

 

애엄마의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을 거지만 나름대로 마음을 가다듬고 다음 검사를 기다린다.

 

김경식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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