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기고) 삶의 마지막 축제, 감사의 밥상 1

[조합원 기고] 박경숙 조합원 http://cafe.daum.net/shhospice/emkc/15

 

말기 췌장암을 앍고 있는 황상용 목사는 가까이 지내던 지인들을 모시고 '감사의 밥상'이라는 이름으로 잔치를 열었다. 죽음을 앞둔 사람의 삶의 마무리 같은 자리였다. 

 

 
 

무대에는 70대 노부부의 젊은 시절 연애 사진이 걸려있거나, 추억의 사진이 있었고 무대 중앙에는 '감사의밥상' 이라는 종이 프랑이 걸려있었다. 가족들이 찬송과 노래로 감사를 표하고, 서로 잘 알기도 하고 모르기도 한 사람들이 함께 식사를 했다. 이어서 자연스럽게 노래를 부르며 즉석에서 공연이 연출되기도 했다. 사람들은 슬프지만 감사한 표정으로 황모사님의 삶이 담겨있는 사진을 한참 골똘히 바라보기도 했다.

 

▲ 살아온 삶을 바라보는 중등 친구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당신의 삶 속에서 그 사랑 받고 있지요."

 

감사의 밥상을 마무리하는 시간에 자연스럽게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이라는 노래를 함께 노래를 불렀다. 그 날의 주인공인 황 목사님은 노래 말미에 환희에 넘쳐 두손을 들어 "할렐루야~"로 화답했다. 눈물을 하도 흘려 눈이 아플 지경이라는 그의 아내는 지인들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선물할 수 있어서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 며 편안한 얼굴이 되었다. 삶과 죽음이 오가는 질곡 사이에서 공포와 슬픔에 휩싸여 어찌할바 모르던 그의 딸 선아씨는 슬픔 속에서 안도의 얼굴이 되었다.

 

 

보통 사람들과 다른 방식으로 마무리 되는, 그 광경에 참여한 사람들은 슬프고 무거운 마음이었으나 동시에 죽음을 앞둔 사람과 '같은' 심정이 되기도 했다. 그동안 경험해 보지 못한, 놀라운 경험이었다. 죽음이 아주 멀리 있는 일처럼 여겨지던 사람들은 그 잔치의 경험을 이렇게 기억했다.

 

"나도 바로 죽음을 앞둔 사람처럼 삶을 바라볼 수 있었다. 나와 인연 맺은 사람들이 떠올랐다. 특히 그동안 화해하지 못했던 사람에게 아무 판단없이 손내밀 수 있는 용기가 저절로 생겼다." 

 

 
 

길지도 짧지도 않게 1시간 30분 이어졌던 '감사의 밥상'을 마치고 중학생인 사랑어린배움터 천지인 친구들이 밥상을 치우고 식당으로 그릇을  옮기고 설겆이를 했다. 저마다 평소와는 다른 표정이 되었다. 나는 질풍노도의 시절을 사는 중학생 친구들의 반응이 궁금해서 어떤 느낌이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눈빛에는 슬픔 어른거렸으나 담담하게 말했다.

 

 

"슬픔이 뒤에 있지만 기쁨으로 넘쳐난 느낌이었다. 처음 보는 분들도 많고 처음 보는 애들도 많았는데 같이 어울려 노는 게 좋았다."

 

"나도  삶의 마무리를 이렇게 하고싶다."

 

"이런 자리는 처음 와봐서 신기했고 나중에 나도 이런 식으로 죽음에 대해 두렵지않게 받아들일 수 있으면 좋겠다."

 

"처음이 될지 마지막이 될지 모르겠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마지막이 처음의 시작이 될수 있다는 것. 대개 멋있었다."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자리, 죽음을 가까이 느끼고 생각해 보는 것은 아주 놀라운 경험이 되는 것 같다. 삶을 다르게 살 수 있게 하는 통로처럼 느껴졌다. .'삶의 마지막 축제'(필명 저자 용서해/ 도서출판 샨티) 라는 책을 쓴 용미중 선생은 "삶의 마무리 잔치를 하고 나면 달라진다. 가족이 떠나도 떠난 것 같지않고, 함께 나눈 그 시간이 영원히 간다." 며  이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죽음을 아는 것은 인문학을 넘어선 것이다. 육신을 가진 만남은 언젠가 마지막이 온다. 그날에 떠날 사람들과 배웅할 사람들! 날마다 죽음을 준비하는 배움은 그래서 소중하다. 왜냐하면 '그 날'이 오면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으니까! 오늘도 삶을 축제로!"

박경숙 조합원

 
저작권자 © 순천광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