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플라스틱 카페에서 커피 한 잔과 바꾸세요”
임수연 기자
우리가 버리는 쓰레기는 어디로 갈까? 순천에는 왕지동 생활쓰레기 매립장(이하 왕지매립장)과 주암자원순환센터, 해룡 음식물자원화시설이 있다. 순천시민이 버리는 쓰레기는 모두 이 세 곳에서 처리된다.
하지만 왕지매립장의 사용연한은 2~3년밖에 남지 않았고, 자원순환센터의 가동도 원활하지 않다. 이에 순천시는 7월 5일부터 9월 2일까지 ‘신규 폐기물처리시설 입지후보지’를 공개모집하고 있다. 이 또한 2020년 12월에야 신규 처리시설 입지가 확정될 예정이고, 언제 신규 매립장을 쓸 수 있을지 모른다.
그래서 현재로선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버리든, 열심히 분리수거 해서 버리든 음식물쓰레기를 제외한 모든 쓰레기는 모두 왕지매립장과 주암자원순환센터로 가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연료화 되지 않거나, 돈이 되지 않는 쓰레기는 모두 땅 속에 매립된다. 즉, 비닐은 무조건 매립된다는 뜻이다.
이러한 쓰레기 대란 속에서 순천시민이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은 무엇이 있을까? 최소한의 쓰레기만 발생시키는 카페, 노 플라스틱 카페에 가보았다.
노 플라스틱 카페는 SNS 상에서 많이 실천했던 #플라스틱프리챌린지와 비슷한 맥락을 실천한다. 매장에는 머그컵과 텀블러만을 사용하고, 테이크아웃은 본인이 텀블러를 가져왔을 때만 가능하다. 이는 이제 많은 카페에서 실천하고 있기도 한데, 이걸 넘어서는 특별한 것이 있다. 바로 에코브릭이다.
에코브릭은 단순하게 보면 깨끗한 비닐을 우겨넣은 페트병이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가 크다. 에코브릭으로는 상징적인 건축물을 만들 예정인데, 순천에서 실질적으로 재활용되지 않는 비닐의 불편한 진실을 눈으로 볼 수 있다. 또한, 가정에서 이를 만듦으로써 우리집이 얼마나 많은 비닐을 쓰고 있는지 측정이 가능해 결과적으로는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
에코브릭을 만들어 카페에 가져가면 직원이 에코브릭을 천연수세미 혹은 커피 한 잔과 교환해준다. 그리고 쿠폰에 도장을 하나 찍어준다. 도장은 텀블러에 커피를 구매했을 때도 받을 수 있다. 도장을 20개 모으면 빨대세트를, 30개 모으면 노 플라스틱 키트를 준다.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쓰고 쉽게 버리는 빨대와 칫솔 등이 플라스틱이 아닌 대나무와 스테인리스로 들어 있다. 환경을 지킨 시민들에게 주는 선물이다.
썩지 않는 비닐. 그 비닐은 많은 사람들이 일반쓰레기로 버려서 땅에 매립된다. 분리수거 한다고 해도 팔리지 않는 재활용품이기 때문에 또 매립된다. 결국 비닐은 썩지 않은 채로 땅으로 바다로 우리 생태계를 파괴한다.
조금의 죄책감이라도 덜어보자. 페트병에 비닐을 차곡차곡 쌓아 커피 한 잔과 바꿔보는 건 어떨까? 에코브릭을 제작하는 것도 방법이 있다고 하니, 영상을 보고 잘 만들어 보자!
( 노 플라스틱 프로젝트 에코브릭 만들기 유튜브 영상 - https://youtu.be/1pMzIgKatPY)
에코브릭 프로젝트는 작년 행정안전부의 ‘국민해결 2018 국민참여 사회문제해결 프로젝트-순천시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한 노 플라스틱 프로젝트’ 일환으로 순천시와 순천YMCA의 민·관협력 거버넌스로 시작됐다. 작년 8월 자원순환센터의 운영이 중단되고, 9월 프로젝트를 시작해, 작년 12월에 프로젝트는 끝났지만 순천시와 순천YMCA가 현재까지 자체적으로 이어오고 있다.
※ 노 플라스틱 카페 임이경 팀장이 알려주는 생활에서 쉽게 노(No) 플라스틱 운동하기
노 플라스틱 카페의 임이경 순천YMCA 총무팀장은 “일회용 플라스틱을 쓰지 않는 것은 실천하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거절하고(No), 줄이고, 재사용하다 보면 어느새 익숙한 일이 돼 있을 것”이라며 먼저 일회용 플라스틱 컵과 빨대, 판촉물, 영수증, 비닐을 거절하라고 조언했다.
판촉물은 저렴하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튼튼하지 않고, 쉽게 받고 쉽게 버려지기 때문에 쓰레기를 많이 만든다. 기자도 생각해보니 판촉물을 받을 때는 필요가 없어도 받았다가 또 쉽게 버리게 되는 경우가 떠올랐다.
임이경 팀장은 또한 튼튼하고 오래 쓸 수 있는 물건을 사는 것과 중고장터를 이용하는 것도 노 플라스틱 운동을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했다. “오래 입고 쓸 수 있는 좋은 옷과 가방 등을 사는 것도 방법입니다. 수선이나 중고장터를 이용하는 것도 좋아요. 저는 언니가 버리려는 옷을 저에게 맞게 수선해 입기도 하고요, 작년부터 사고 싶었던 과일 착즙기를 새 상품으로 사지 않고 기다렸다가 저번 달에 중고장터에서 반값에 구입하기도 했어요. 누군가에게 필요 없는 것이 쓰레기로 버려지지 않고 다시 사용되는 거에요. 저렴하게 소비하면서도 잘 쓸 수 있으니 뿌듯하지 않나요?”
임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