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지난 호 누락된 부분 "거기까지 딴은, 멀다."

 

크리스마스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진 남녀 평균 연령이 31.6세라는 데이터도 그렇지만 남자보다 여자가 더 빨리 ‘크리스마스 감흥’을 느끼지 않는다더라, 고 했을 때, “지금도 재미없는데.”

곧 25세 되는, 중소기업일망정 졸업과 동시에 취업한 내 딸, ‘청춘’은 심드렁하게 말했다.

“크리스마스 이브를 제주도에서 보냈잖아, 넌.”

“취업 기념 여행이었지.”

“어쨌거나.”

“놀러 가서도 별로였지만, 더 재미없게 만든 건 뭔지 알아?”

“뭔데?”

“캐롤송을 어디서도 듣지 못했다는 거야.”

“중문 관광단지에 사람이 없던?”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커피숖,  휘트니스, 어디서 건 저작료 안 내면 공연법 위반이래.”

“아빠 행동반경 탓에 못 듣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네.”

“도예공방과 집만 오가니까…50㎡ 이하 장소에서만 공짜로 들을 수 있대.“

‘징글벨’이든 ‘루돌프 사슴코’든 울려 퍼져야 연말 장사도 될 텐데.”

공연법이 후발국의 문화 향유까지 통제하는 지적 재산권 보호 수단이라 여겨졌다. 청춘들이 즐길 수 있는 어느 계기의 순간마저 자본에 억류되어 있는 건 지적 자산 침해의 심각성을 모르지 않음에도 너무 나간,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여전히 날뛰고 있는 신자유주의의 흉상이란 생각이 엄습해 왔다.

“다운받다가도 자기 검열하는 거, 있지.”

“기죽지 말고 다운받아 들어라, 젠장.” 젠장, 소리가 절로 나왔다.

“아빠. 진짜 기죽이는 건, 신입 OT에서 나온 희망퇴직 얘기였어.”

“신입들한테?”

"회사 상황과 노무관리 차원에서 언제든 열려 있다는 거지."

‘사람이 미래다’는 홍보와 달리 입사 3년차에게까지 희망퇴직을 받았던 모 그룹이 떠올랐다.

“노조가입 차단용 엄포 아냐?”

“그럴수록 가입해야 한다고 신입들끼리는 룸에서 공감했어. …근데, 근속 30년 넘은 아빠랑 같이 다니게 된 애가 자기의 경우, 우선 순위 아닐까? 하면서 입은 웃는데, 눈은 글썽이는 거, 있지.”

“설마?”

“아빠와 내가 그런 경우라…면?”

대입 불가능한 경우의 수를 들먹이고는 딸애도 머쓱해 한다.

“당근, 아빠가 나가야지.” “아니지, 젊은 내가….”

“아빠가 ‘청춘’의 기를 어떻게 꺾냐?”

“….”

이 대목에서 ‘청춘’은 토를 달지 않았다. 속내일 터다.

베이비붐세대인 아빠는 한편으로는 혜택받은 그러나, 결과적으론 너의 미래까지 당겨다 쓴, 아파트 융자금에 담보 잡힌 삶인데, 그걸 물려줄 수는 없잖니, 하는 말은 삼켰다.

“내 딸, ‘청춘’! 기죽지 말어. 힘 내, 힘!”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별나고 묘한 말도 있으나, 이 땅의 청춘들이 새해엔 제발 아파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어깨 도닥여 준다.

(광장신문에 시론으로 발표했던 글을 개작함)

 

저자 한상준

소설집『오래된 잉태』, 『 강진만』, 『 푸른농약사는 푸르다』산문집『다시, 학교를 디자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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