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연 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동물영화제지만 올해 제7회 순천만세계동물영화제의 프로그램만큼은 큰 호평을 받고 있다. 작년에 이어 (주)씨네희망에서 주관했던 동물영화제는 ‘Happy Animals - 함께 행복한 세상’이라는 슬로건으로 22개국 71편을 상영했다. 박정숙 총감독과 박혜미 프로그래머를 만났다.

 

▲ 제7회 동물영화제 임시 사무국 앞에서 (좌)박정숙 총감독 (우)박혜미 프로그래머

 

Q. 끝낸 소감?

박정숙 총 감독(이하 감) : 끝나서 좋다. 홀가분하다. 날씨도 그렇고. 영화제가 끝나자마자 비가 왔다. 좋은 날씨에 큰 사고 없이 잘 끝나서 좋다.

박혜미 프로그래머(이하 프) : 저도 끝나서 좋다. 영화 보러 오신 분들이 만족스러워하면서 가셔서 준비한로서 사람으로서 기분이 좋았다.

 

Q. 감독과 프로그래머의 차이는?

감 : 프로그래머는 작품을 골라서 진행을 하고 작품에 집중을 하는 역할이다. 감독은 저희가 홍보팀도 있고, 기획팀도 있고, 프로그램팀도 있기 때문에 이걸 총괄하는 역할을 한다. 프로그래머가 사실 굉장히 중요한 역할인데, 팀을 꾸리려면 최소한 12월이나 1월에는 해야 되는데, 우리가 할지 안할지 결정이 안 나서 꾸릴 수도 없었고, 4월에 계약이 되면서 프로그래머 구하기가 참 어려웠다.

프로그래머 선정에 많은 고민을 했는데 조금 더 경험이 많은 사람이 오는 게 우리 영화제에 훨씬 보탬이 되겠다 해서, DMZ국제영화제에서 7년간 프로그래머를 했던 박혜미 프로그래머를 제가 새롭게 섭외했다. 저희 영화제로서는 행운이다. 올해 작품이 굉장히 좋다는 이야기가 많았던 건, 모두 프로그래머 덕분이다.


프로그래머라는 직업을 모르는 분들이 많긴 하지만 영화제에서 프로그래머의 역할이 꽤 크기 때문에 사실 엄청난 프로포즈를 해서 거의 홍보대사 수호 씨보다 더 어렵게 모시고 왔다. 올해 영화제가 잘되려고 했는지 프로그래머 섭외도 잘 됐고, 팀워크도 굉장히 좋았다. 이런 것들도 저희 영화제가 잘된 것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 인터뷰 중인 (좌)박혜미 프로그래머와 (우)박정숙 총감독

 

Q. 프로그래머도 그렇고, 7회까지 이어오면서 주관사가 3번이나 바뀌었다. 이에 대한 생각은?

감 : 한 곳에서 맡아서 계속 하는 게 좋다. 단기적, 중기적, 장기적 계획을 세울 수가 있으니. 그렇다고 지금껏 허비했다는 건 아닌 것 같고, 정체성을 찾는 시간이 됐던 것 같다. 작년부터 해왔지만 한 팀이 조금 일관성 있게 가는 게 중요하다. 여기에 산골영화제 집행위원장님도 오셨는데, 거기도 우리랑 똑같이 7회 째다. 거긴 1회부터 7회까지 한 팀이 일을 하고 있고, 거기는 하나하나 내실을 기했는데 저희는 그게 안됐으니 아쉽긴 하다.

프 : 프로그래머가 매년 바뀌는 곳도 있고 안 바뀌는 곳도 있다. 프로그래머도 어쨌든 같이 운영하는 컨셉이나 정체성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이니까 안정적으로 가는 게 영화제를 위해서는 좋다고 생각한다. 지난 해 했었던 평가를 반영해 올해 또 개선해 운영하는 거니까.

 

Q. 부담이 컸을 것 같다.

감 : 되게 힘들었다. 와서 보니까 평도 안 좋고. 작년에 영화제 한다고 사람들을 찾아갔을 때 다들 만나주지도 않았다. 영화제 문제 많은 영화제라고 별로 일하고 싶지 않다고. 문전박대를 꽤 많이 당했다. 그런데 올해 와보니까 많이 나아졌다. 작년에 영화를 와서 보신 분들이 반갑게 맞아주시는 것도 있고, 작년에도 야행을 참여하긴 했지만 올해 야행 참여해서 홍보하니 알아보시고 “올해도 잘하면 좋겠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 1년 사이에 그 전에 있었던 안 좋은 이미지가 시민분들 사이에서는 확실히 달라진 것을 느꼈다.


Q. 현재 순천만동물영화제는 4월에 사무국이 꾸려져서 8월에 영화제를 개최한다. 다른 곳은 어떤 식으로 운영이 되나?

감 : 다른 곳은 보통 연중 사무국이 운영된다. 영화제 끝나고 나면 그 다음해에는 어떻게 할 건지 정리를 하면서 준비를 한다. 그런데 순천만동물영화제의 경우는 올해만 끝내서 넘겨주고 내년에 다른 팀이 또 해야 되니까 좋은 구조는 아니다.

8월인데 4월에 구성을 하면 너무 어렵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도 그걸 다 발휘하지 못하는 셈이다. 외국에서도 작품을 가져와야 되고 그러기에는 너무 시간이 빠듯해서 힘들다. 노동 강도가 너무 세다. 스트레스를 굳이 그렇게까지 안 받아도 되는데, 이 구조에서는 어렵게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서 바뀔 필요는 있어 보인다.

 

Q. 그렇다면 이렇게 촉박한 상황에서 어떻게 프로그래머를 수락하게 되신 건지?

프 : 큰 영화제도 많지만 동물영화제, 산골영화제, 정동진 영화제도 그렇고 조금 작으면서 특색있는 영화제들이 조금 성장하는 시기인 것 같다. 저 스스로 가 지역에서 특색을 가진 작은 영화제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또는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는지 이런 가능성에 관심과 흥미가 있어서 수락하게 됐다.

국제영화제는 20년이 넘어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는데 동물영화제 같은 영화제들은 거의 신생 영화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영화제를 새로 만드는 재미가 있었던 것 같고, 순천이라는 지역에서 개최되는 것도 개인적으로 저는 서울에서 계속 사니까 매력적이었던 것 같다. 다른 지역을 경험해 보는 것. 

그리고 같이 일하는 분들의 팀워크도 좋아서 크게 스트레스 받지 않고 일 할 수 있겠다 생각했던 것 같다.

 

Q. (주)씨네희망은 보통 어떤 영화를 취급하나?

감 : 제가 다큐멘터리 감독이기 때문에 보통 독립영화를 만드는 것 같다. 영상제작을 많이 하고, 영화제 기획도 한다. 서울에 있는 영화제, 은평영화제도 7년 정도했었다.

 

Q. 순천과의 인연은?

감 : 제가 여기가 고향이기도 하고, 몇 년 전에 여기 두드림 미디어센터에 영화제작수업을 하러 왔는데, 그게 인연이 됐다. 그리고 그 전에 2009년도에 ‘동백아가씨’라고 소록도 한샘인에 대한 다큐가 있었는데, 그걸 순천에 있는 전남영상위원회에서 초청을 해서 메가박스에서 상영을 했다. 그게 아마 처음 인연인 것 같다.

 

▲ 인터뷰 중인 (좌)박혜미 프로그래머와 (우)박정숙 총감독

 

Q. 올해 영화제에 처음으로 단편경쟁이 신설됐다.

프 : 영화들이 많지는 않았다. 극영화나 다큐, 인권영화 이런 것들은 만드는 사람도 인식할 수 있는데, 어느 누구도 본인의 영화를 동물영화로 규정하고 만드시는 분은 없는 것 같다. 황윤 감독님처럼 계속 다큐멘터리 만드는 분들도 본인이 동물영화를 찍는다고 생각하시지는 않을 거다. 본인이 환경영화를 찍는 다거나, 환경과 관련된 다큐를 찍는다고 생각하지.

그래서 저는 동물영화라는 개념이 모호한 것 같긴 하다. 대충보면 알 것 같긴 하지만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 개념은 아니기 때문에. 동물이 그냥 나오는 영화인 건지. 이런 것들이 애매해서 출품을 받는 게 쉽지는 않았던 것 같다.

좀 더 활성화되려면 이런 것들이 조금 더 지속되면 ‘내가 만드는 게 멜로영화이기도 하지만 동물영화일 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들이 생겨나고 동물영화제에 출품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이런 것들이 조금씩 알려지면 또 더 많이 만드실 거고. 이런 걸 노리고 저희가 단편경쟁부문을 시도해 보는 거다.

 

Q. 시상을 받은 분은 세 분이었다. 심사 기준 같은 게 있었는지?

프 : 심사위원분들이 하셔서 정확히는 모르지만 일단 완성도를 높게 보인 것 같다. 이번에 예심할 때 저희는 동물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장치로만 사용되지 않는 영화들로 하려고 노력하긴 했다. 그런 영화들이 많지 않긴 했지만 어쨌든 어렵게 10편을 골랐고, 10편 중 3편을 선정한 건 아무래도 심사위원분들 중 제작하시는 분들이 많으니까 완성도를 높게 보신 것 같다.

 

Q. 갑자기 ‘영화, 인문학을 만나다’ 시간에 봤던 ‘패터슨’이라는 영화가 생각난다. 그 때 프로그래머님이 동물이 안 나올 줄 알았는데 나와서 다행이라고 하셔서 관객석에서 모두 웃음이 터졌다.

프 : 그러면 동물영화인지? 이런 것들이 어려웠다. 어디에 가서 패터슨이 동물영화라고 하면 사람들이 웃을 거다. 그러니까 동물영화라는 게 한없이 그걸 파고들면 헤어 나올 수 없는 철학적인 부분인 것 같다. 그래서 어렵고,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어떻게 만들어 내느냐에 따라서 영화제 색깔을 가져갈 건지 결정할 수 있으니까, 그런 게 또 재미있을 수는 있겠다. 너무 명확하게 나눠지고 딱 정해진 거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는데, 저희는 동물영화제니까 동물이 나오기도 하고, 동물과 같이 볼 수 있는 영화들도 동물영화로 볼 수도 있을 것이고. 이런 것들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서 굉장히 다양하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는 더 열려있다고 생각한다.

 

▲ 영화제 사전 프로그램이었던 '영화, 인문학을 만나다'를 진행중인 박혜미 프로그래머

 

Q. 그럼 프로그래머로서 어떤 것에 가장 큰 기준을 가지고 영화를 선택했나?

프 : 작년에는 동물권에 되게 집중하셨던 것 같았다. 만드는 과정이나 동물이 학대되거나 동물을 소비하는 방식으로 된 영화는 상영하지 않으셨다고. 그리고 의인화하고 그런 것들을 대부분 피하려고 애쓰셨던 것 같다. 그런데 저 같은 경우에는 그렇게 하면 너무 좁아져서 꼭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이건 누가 봐도 사람인데, 얼굴만 동물인 것, 예를 들면 아파트에서 살고 아파트 층간 문제로 싸우는 걸 다룬 애니메이션 같은, 그걸 동물들로 표현 한 거다. 이건 사람의 이야기인데 표현 방식의 하나로 동물을 선택한 거여서 그런 영화들은 제외하려고 했다. 동물이 사람처럼 말도 하고, 학교가고, 이런 건 안하려고 했는데 쉽지는 않았다.

그래서 뭔가를 배제하려고 하는 것 보다는 좀 더 외연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동물영화들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걸 넓히려고 저는 애썼던 것 같다. 동물이 아주 조금 나오지만 동물과 어떻게 같이 살아갈지에 대한 고민을 해볼 수 있는 영화들, 영화에 동물이 조금 나오고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그런 가치가 담겨있는 영화들로 확장하는 방식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저도 하면서 어렵다고 생각했지만 딱 칼로 자르듯이 선정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영화가 좀 더 다양해 질 수 있었던 것 같다.

 

▲ 공식기자회견에서 왼쪽부터 박혜미 프로그래머, 허석 순천시장, 박정숙 총감독

 

Q. 그래서 인지 이번에는 동물에 치중하지 않고 생태와 환경에도 관심을 두고, 영화 선정도 그런 쪽으로 많이 됐던 것 같다.

감 : 일단 동물영화제 이미지가 개와 고양이, 반려동물 영화제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서 마치 소수를 위한 영화제로 비춰지는 걸 바꿔보고 싶었다. 초반에는 반려동물에 초점을 맞춰서 하신 부분이 많더라. 작품들도 그랬고. 그런데 이름이 반려동물영화제로 바뀌지 않는 한, 동물은 개나 고양이만 있는 게 아니고, 코끼리도 있고, 얼룩말도 있고, 그래서 오히려 주제를 확장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야생동물, 환경문제 같은 걸 보면 다 죽어간다. 그런데 또 그게 결국에는 인간한테 오게 되고. 이게 완전히 분리돼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작년부터 1년 동안 경험하면서 좀 더 주제를 확대하는 게 동물영화제 성격과 훨씬 더 잘 맞는 거라고 저희는 방향을 잡았다.

그래서 올해는 반려동물에 국한시키지 말고, 조금 더 생태와 어울리게 해보자. 그리고 또 순천이라는 곳에 어울려야 하기 때문에. 순천이 생태도시이기도 하고. 이 지역과 어울리는 것을 주제로 해야 이 지역에 있는 분들이 공감을 하시겠다 싶었다. “왜 순천에서 꼭 동물영화제를 해야 됩니까?”라고 묻는 사람들에게는 올해 동물영화제의 주제가 답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Q. 그러면 생태환경에 초점을 맞춘 대표적인 영화는 무엇인가?

프 : 개막작 <푸른 심장>이 가장 대표적인 것 같다. 그리고 클로즈업 섹션에 상영된 영화들이 대체로 동물을 포함해 좀 더 이슈에 치중한 영화들이다. 명확한 이슈를 가지고 깊이 파고 들어가는 영화들이어서 생태환경에 초점이라고 하면 그 섹션을 중심으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다.

 

▲ 개막식에서 박정숙 감독

 

Q. 평소 동물영화 말고 관심있는 영화는 어떤 영화인지?

프 : 저는 평소에는 영화를 보지 않는다. 영화제 준비하면서 너무 많이 본다. 동물영화제는 그래도 단편이 많으니까 덜 지겨운데, 제가 예전에 다큐영화제에서 일할 때는 다큐를 거의 몇 백 편을 보는 거다. 동물영화제에서도 저희가 70편을 골랐지만 그걸 고르기 위해서는 200편, 300편을 봐야 하는 거라서.

그래서 평소에서 영화를 보지 않고 영화제 일이 끝나면 저는 주로 책을 많이 본다. 소설을 많이 좋아한다. 안 그래도 순천에 독립서점 가서 책을 사왔다. 아무튼 이제 영상은 그만 보고 싶다. 근데 또 좋은 영화를 보면 되게 좋은 게 있어서 그 재미에 하기도 한다. 그걸 본 관객분들이 너무 좋았다고 하면 또 그게 너무 기쁘다. 아, 사람들이 다 보는 영화는 대부분 보지 않는다. 기생충처럼 천만돌파 이런 건 1년 후에 추석에 집에서 한 번 보거나.

감 : 의외의 대답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원래 영화하는 사람들이 평소에 영화를 일할 때 너무 많이 보니까, 저도 비슷하다. 영화제 심사할 때 몇 백 편 이렇게 보니까 긴 동영상에 대한 피곤함이 있다. 근데 뭐 영화는 장르가리지 않고 전반적으로 다 본다. 엑션영화나 호러영화는 빼고. 영화 말고는 저는 음악 듣는 걸 좋아한다. 그리고 주로 걷고 여행하는 것을 좋아한다.

 

감독님과 프로그래머님 모두 영상에 대한 지겨움이 있다고 하니 의외였지만, 영화제 기간 동안 시민들에게 좋은 영화를 보여주기 위해 얼마나 많은 영화를 보고 선정했을까 싶어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박정숙 감독은 동물영화제의 가치에 대해 묻자 “내용적으로는 충분히 가치가 있다. 동물영화제라는 게 굉장히 미래지향적인 소재다. 이 영화제를 통해서 순천시가 얻을 수 있는 메리트도 되게 크고, 생태도시에서 동물영화제를 하는 게 컨셉을 잘 잡은 것 같다”라며 “한 편의 영화가 인생에 되게 좋은 영향을 끼칠 수가 있는데, 동물영화제에 와서 인생 영화를 찾아가시는 분도 있고, 그런 역할을 순천시가 한다는 것은 굉장히 가치 있는 일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올 12월까지 지속되는 제7회 동물영화제의 사무국, 좋은 영화제를 보여주셔서 감사하고 고생하셨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임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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