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곤 조합원

 

 

 

프랑스어에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Time between dog and wolf)'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우리말로는 '해질 녘' 또는 '동틀 녘'으로 해석된다. 이 말은 프랑스 남부지역의 양치기들이 망을 볼 때 멀리서 다가오는 동물이 내가 기르는 개인지 나를 해치러오는 늑대인지 구분하기 힘든 어둑어둑한 시간을 이르는 말에서 유래한 관용어구이다.


요즈음 우리가 처해있는 정치상황을 보면 방금 언급한 낮과 밤이 교차하는 경계의 시간에 와 있다라고 할 수 있겠다. 어렵지만 누가 아군이고 누가 적군인지를 구별해내야만 하는 순간.
나는 아직도 윤석열 검찰총장을 두고 아내와 언쟁을 한다. 그가 늑대라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다는 아내의 주장에 대해, 나는 총장이 검찰수사를 통해 조국 장관의 결백을 증명해가는 절차를 밟고 있는 중이라고 반박한다.


그러나 한 개인을 놓고 벌이는 부부싸움의 결과와 상관없이, 작금의 행태를 놓고보면 검찰조직은 늑대의 무리임이 분명하다. 검찰은 진보주의나 보수주의 중에서 어느 한쪽의 이념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자기들 집단의 이익에 헌신하는 '검찰주의자'다라는 어떤 논객의 주장에 동의한다. 


돌이켜보면 노무현을 파괴한 것도 검찰이고 이명·박근혜를 구속한 것도 검찰의 작품이지 않았던가.


또 다른 부류의 늑대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일반국민들'이라고 본다. 조국 장관은 이른바 '강남좌파'에 속해있음을 본인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이 갖고 있는 재력, 정보력, 인적 네트워크 등 특권적 지위를 절제하지 않고 반성 없이 누려온 점을 부끄럽게 생각한다.


강남좌파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개념이 아니다. 미국에서는 리무진 진보주의자, 영국에서는 샴페인 사회주의자, 프랑스에서는 캐비어 좌파라 불리는 집단이 있는데, 이들은 스스로는 부유하면서도 경제적 평등을 추구하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자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도 가난한 사람들은 그들이 부자라는 사실에 화를 내고 부자들은 그들을 위선자라고 비아냥거린다.
돈이 많다는 사실 자체로 원죄를 지은 것이다. 조국 장관은 항일독립운동을 했던 가문 출신인데다, 어릴 적부터 영재라는 소리를 듣고 명문대를 나와 그 대학 교수를 하며, 선망의 대상이 되는 신체조건에, 법적이나 도덕적으로 흠집이 거의 없는 완전에 가까운 인격체라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다.


이성적으로 설명이 안되는 그에 대한 지독한 열등감이 보통사람들로 하여금 그를 물어뜯는 늑대들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거기에다가 기득권을 내려놓고 싶지 않은 수구정당을 필두로 언론, 재벌, 사학, 군대의 보수반동세력이 쓰나미처럼 총체적으로 우리사회를 덮쳐 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음 세 가지 사실을 근거로 전망을 낙관한다.


첫째, 조국 청문회가 끝나고 장관 임명 바로 전날 밤에 대통령은 그를 청와대로 불렀다.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겠는가? 조국 개인의 위법사실 여부를 따졌을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은 노련한 두 법률전문가가 검토하여 결정을 했다면 우리는 그것을 신뢰할 수밖에 없다.


둘째, 어제부터 조국 장관의 '검사와의 대화'가 진행 중이다. 만일 자신이 없으면 수많은 늑대들 앞에서 자신을 무방비상태로 드러낼 수 있겠는가. 검찰개혁에 대한 소명의식과 결기와 자신감을 믿어본다.


셋째, 자유한국당의 릴레이 삭발이다. 장관의 유죄를 확신한다면 검찰과 법원의 법적절차만 기다리면 승리는 그들의 것이다. 그런데도 시위를 계속하는 것은 승산이 없으므로 어쩔 수 없이 대중선동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반증한다.


절망 속에서 오히려 희망을 찾아가야 하는 시절이다!


김영곤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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